조회 수 5139 추천 수 0 댓글 4

여러분 혹시 2010년 남아프리카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스페인 팀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는 것 기억하세요?

아 너무 쉬운 것을 물어본다고요.

그러면 당시 스페인이 결승에서 무찌른 팀이 네덜란드였다는 것 기억하세요?

음, 벌써 해가 오래 지난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시다고요.

자 그럼 한 번 더 여쭤보겠습니다.

당시 우승 팀을 미리 예언했던 문어 이야기 기억나세요?

축구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저 역시 네덜란드가 준우승을 했다는 것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예언의 능력을 지녀 2018년 월드컵의 공식 대사 자격까지 얻었던 문어 이야기는 선명히 기억이 납니다.

이 신통한 문어의 이름은 폴입니다.

폴은 독일 오베르하우젠이라는 작은 도시의 수족관에 살고 있습니다.

이 문어는 결승전 결과뿐 아니라 독일이 출전했던 8개의 경기 결과를 모두 정확히 예언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독일이 준결승에서 스페인에 짐으로써 결승 진출이 좌절되기 전날, 폴은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스페인을 선택하는 어렵고 부담스러운 결단(?)을 내렸다고 합니다.

만약 어떤 도박사가 폴의 능력을 지녔었다면 지금쯤 천문학적인 돈방석 위에 올라앉아 있겠지요.

그러나 한 번도 틀리지 않고 8개 경기 결과를 맞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입니다.

수학자들에 따르면 이럴 확률은 0.39%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폴이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것일까요?

아니면 동물들은 원래 우리가 모르는 초감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문어를 비롯한 동물들은 인간만의 유별난 오류인 도박사의 오류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 이제는 여러분의 도박사적 잠재력을 테스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동전을 던져 앞이 나오느냐 뒤가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고 합시다.

연속적으로 동전을 던졌는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9번 연속으로 앞면만이 나왔습니다.

이제 10번째 던지려는 순간 여러분은 적지 않은 돈을 걸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선택은 앞면입니까 뒷면입니까?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뒷면을 선택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10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올 확률은 0.510=0.1%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시는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해가 되셨다면 여러분은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신 겁니다.



확률론에서 가장 초보적인 이론은 독립 시행(independent trial)에서 뒷 사건의 결과는 앞 사건의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전을 던지기에 앞서 앞면이 9번이 나왔든, 999번이 나왔든 다음번 동전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인 것입니다.

만약 지난 월드컵 결승 전날 여러분이 누가 우승할 것이냐에 돈을 거는 게 아니라, 폴의 예언이 또 맞을까에 돈을 건다고 상상해봅시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폴이 8번 연달아 결과를 맞힐 확률은 0.39%밖에 안 되니 폴이 틀리는 데 돈을 거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예, 맞습니다.

지금까지 세심하게 읽으셨군요.

도박사의 오류에 빠지지 않았다면, 폴의 예언이 또 맞을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입니다.

따라서 폴이 틀렸다는 데 거액을 걸었다면 절대로 도박사로 성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도박장에 몰려드는 많은 일반인들은 이러한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번 따기 시작하면 행운이 자기편에 서기 시작했다며 판에서 나오지 못합니다.

하지만 연속으로 잃기 시작하면, 곧 딸 때가 되었다면서 역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슬롯머신을 애용하는 사람들은 기계를 ‘잡아놓는다’라고 합니다.

이 사람들의 논리는 만약 백 번 중에 한 번 잭팟이 터진다면, 내가 지금까지 99번 이 기계에서 돈을 잃었으니 그다음에는 잭팟이 나올 차례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투자해왔던(?) 기계를 떠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바로 도박사의 오류에 지나지 않으며, 이 때문에 지금도 무수히 많은 개미들이 도박장에서 엉뚱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불리고 있는 것입니다.



확률과 도박, 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세계 최초로 확률론에 대해 쓰인 저서는 그 이름이 《운수놀이 승부에 관한 책(Books on games of chance)》로서, 1526년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도박사였던 제롤라모 카르다노(Gerolamo Cardano)에 의해 쓰였습니다.

이 책은 도박에 관한 책답게 이항분포(二項分布)에 대한 전문적 설명과 함께 카드 게임에서 상대를 속이는 법에 관한 이야기가 함께 실려 있습니다.

자 그럼 확률을 이용해서 과학적으로 도박을 했던 카르다노는 부자가 되었느냐고요?

어떤 면에선 맞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는 의사로 성공하기 전까지 도박을 통해 학비와 생활비를 댈 수 있었으니까요.

의사로 명성을 얻은 후에는 도박을 할 필요가 없었지요.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도박인 자식들은 결국 아버지를 배신했습니다.

큰아들은 살인 기도 혐의로 교수형에 처해졌으며, 도박 빚에 쫓긴 둘째 아들은 아버지와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의사에게 사주를 받아 아버지를 이단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아들로부터 고발당한 카르다노는 징역형과 함께 의사 자격을 몰수당했고 다시금 무일푼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도박으로는 아무런 부도 명예도 쌓을 수 없었고, 또 다른 의미로서의 도박사의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셈입니다.

?
  • ?
    하니야 2020.09.23 23:49
    이러든 저러든 5:5

    룰 모시기 처럼 앞전에 플 깔렸다고 뒤에 뱅나올 활률이 높다라고 우기는건 개소리라 이거죠
  • ?
    나니? 2020.09.23 23:50
    아 글 너무길다 요약해줄사람..
  • ?
    에랏차 2020.09.23 23:50
    와 글...이거 읽으면 30분 지날듯... ㅋㅋㅋ
  • ?
    모로찌 2020.09.23 23:50
    도박은 어찌되었건 5대5인거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35 카지노 상대로 지지않기 위한 정신력 극도로 단련하는법 11 북극곰 2020.05.20 8987
334 카지노 생바 하시는 분들 대단하시네요...ㄷㄷ;;;; 9 가스통던진다 2021.04.10 10591
333 카지노 아닌 곳에서 재야의 고수를 만나 탈탈 털렸네요 ㅋㅋ; 7 여래신장 2020.12.06 5956
332 카지노 아바타 할때는 진짜 시간가는줄 모르겠어요 ㅋㅋ; 8 현미녹차 2020.12.11 6923
331 카지노 안된다면, 혹시 크루즈쉽에 있는거는 운영할라나요? 8 월토금 2021.04.14 9025
330 카지노 연패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10 올인은내운명 2021.06.23 9428
329 카지노 월말 컷오프 공지를 보고서야 11월도 벌써 마지막이란걸 느낍니다...ㅋㅋ; 7 서리한 2020.11.30 5745
328 카지노 이용할때 쓸만한 세컨폰 뭐가 있을까요? 12 벼락맞은대추나무 2021.01.13 5168
327 카지노 인생썰 많이 보고싶은데.... 8 땃으면튀어요 2020.08.02 6261
326 카지노 점검 길어지네... 9 황금도끼 2021.05.23 17291
325 카지노 점검 뜬 김에 제 얘기나 하렵니다.. 9 뻥이요 2021.07.11 6960
324 카지노 진짜 사무치게 그립읍니다 마닐라는 언제 가볼라나요 8 삿갓의인생 2021.03.28 5292
323 카지노 총판이 홍보하는거 봤는데 오카다 룰렛도 있어요? 8 빵잇바보이 2021.01.17 8559
322 카지노 커뮤니티 사이트보면 하루에 막 몇억씩 따고 그러던데... 10 위글위글 2021.01.03 7040
321 카지노 테이블에서 몇백 몇천 찍으시는 분들은 돈이 목적이 아닌거 같아요 ㅎㅎ;; 9 비엔나소시지 2020.06.10 5491
320 카지노 펍이라도 가서 좀 놀아볼까 하는데 추천해주실만한 데 있나요 5 터줏대감 2020.10.05 7468
319 카지노 프로? 바카라 전문가? 그런거 엄써....ㅜㅜ 8 산수유 2020.06.26 5655
318 카지노 한판 땡기고 싶은데.... 어디가 제일 빨리 풀릴까요? 7 담배한개피 2020.11.15 7609
317 카지노가면 안그런데 인터넷으로 도박하면 돈 개념이 자꾸 없어지네요...;; 6 황금도끼 2020.08.19 4881
316 카지노가보면 바카라 말고도 많은데 왜 여긴 없을까요 5 쓰알 2020.12.16 6774
Board Pagination Prev 1 ... 86 87 88 89 90 91 92 93 94 95 ... 107 Next
/ 107